국가시스템 개편 속 중앙종속 심화 위기
별도 지방청 없이 서울청 관할
교부금 폐지 정부 과의존 우려
“강원 특성 반영한 보완책 필요”
정부가 형사사법체계와 교육재정 등 국가 운영의 핵심 시스템을 잇따라 개편하면서 강원 등 비수도권의 ‘중앙종속’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시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대범죄 수사 기능은 서울로 집중되고 지방교육재정의 독립성마저 약화되면서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할 권한과 재정 기반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대범죄 수사는 서울로…사법서비스도 중앙 의존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은 본청과 전국 6개 지방청 체제로 운영된다. 지방청은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에 설치되지만 강원에는 별도 지방청이 들어서지 않는다. 강원은 서울·인천·경기북부와 함께 중수청 서울청 관할에 포함된다.
중수청 전체 정원은 2874명으로, 지방청 인력 2478명 가운데 1089명이 서울청에 배치된다.
강원 입장에서는 단순한 거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지역 검찰청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이 광역 단위로 재편되면서 주요 사법 기능과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 등 영서 북부는 상대적으로 수도권 접근이 수월하지만 태백·삼척·강릉·고성 등에서는 서울까지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결과적으로 비수도권의 중앙 의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재정 독립성도 흔들…재정 정 부 의존 갈수록 심화
정부는 2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의 20.79%에 연동해 배분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경제성장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1972년 도입된 내국세 연동 구조가 55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경제성장률과 함께 학령인구 감소분의 35%를 교부금 산정에 반영한다.
지역 교육계가 주목하는 것은 교부금 규모뿐 아니라 재정 결정권의 변화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법률에 따라 자동 배분받던 구조가 사라지면서 지방교육재정의 예측 가능성과 독립성이 떨어지고 중앙정부의 재정 운용과 정책 판단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종속’ 막으려면 권한·재정 함께 넘겨야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 개편은 국가 시스템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관점에서는 제도 개편 이후 실질적인 결정권과 재정권이 어디에 남느냐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에 획일적인 조직·재정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넓은 면적과 분산된 인구 등 강원의 특성을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재성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방분권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효율적인 형사사법체계 운영을 위해 향후 적어도 각 도 단위에 현재 시·도경찰청 수준의 중수청 조직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준섭 가톨릭관동대 경찰학부 교수는 “중수청 인력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역 경찰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중수청과 도 경찰청·자치경찰 간 사건 인계·이첩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거리 문제로 수사가 지연돼 강원도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재 교부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온 만큼 변화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부분에는 지원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조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숙 전국교수노조 강원지부장은 “고등교육 재정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교부금 연동제는 유·초·중등교육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 만큼 고등 교육을 위한 재원을 별도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신재훈·최현정 기자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2068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