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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7318
암세포도 생존에 '미토콘드리아' 쓴다
- 수정일
- 2025.04.23
- 작성자
- 최희정
- 조회수
- 33
- 등록일
- 2025.04.23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71164
지난주만 해도 '네이처'에는 미토콘드리아 전이를 주제로 한 특집기사가 실렸고 '사이언스'에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한편 미토콘드리아가 기능이 다른 두 가지 아집단으로 나뉜다는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고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이 뉴런 활성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달에는 인간 미토콘드리아 뇌 지도를 만들었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미토콘드리아 연구가 전성기를 맞은 느낌이다.
● 아미노산 만드는 유형도 있어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알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인상은 아마도 사슬에 묶인 채 평생 노를 젓는 노예의 모습 아닐까. 대략 15억 전 산소호흡을 하는 박테리아(세균)가 아르케아(고세균)에 포획된 뒤 다행히 소화돼 죽지는 않았지만 사로잡힌 채 에너지 분자인 ATP를 만드는 노역(산소호흡)을 하다 결국은 세포소기관으로 전락한 게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이 과정에서 수천 개 유전자를 지닌 수백만 염기 크기인 게놈은 100분의 1 수준인 수십 개 유전자를 지닌 수만 염기 크기로 줄어 미토콘드리아 게놈으로 남아있다. 다만 나머지 유전자 모두가 사라진 건 아니고 1000여 개의 유전자는 핵 게놈으로 건너갔고 여기서 만들어진 단백질의 다수는 다시 미토콘드리아로 건너와 작동한다. 결국 미토콘드리아는 원청업체가 넘겨받은 설계도로 만들어 대주는 장비로 만든 물건(ATP)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인 셈이다.
지난 11월 '네이처'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두 유형으로 나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우리가 익숙한 ATP 생산공장과 별개로 아미노산인 프롤린과 오르니틴을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호흡으로 ATP를 만들뿐 아니라 아미노산과 지질 등 생체분자를 만들고 세포자멸사나 선천면역에서 신호전달 허브 역할도 하는 다재다능한 세포소기관이다. 다만 이런 일들이 한 유형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P5CS라는 효소를 포함한 필라멘트가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ATP합성효소의 일부가 없어 세포호흡을 하지 못하고 대신 프롤린과 오르니틴을 만드는데 특화돼 있었다. 정상적인 세포에서는 산화경로(산화적 인산화)를 통해 ATP를 만드는 전형적인 미토콘드리아와 함께 환원경로로 프롤린과 오르니틴을 만드는 제2의 미토콘드리아가 공존한다.
한편 미토콘드리아는 분열과 융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두 유형의 균형이 깨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열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면 두 유형으로 분리되지 못하면서 환원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아미노산 생산이 미미해진다.
반면 융합에 문제가 생기면 미토콘드리아가 파편화돼 ATP합성효소가 제대로 조립이 안 돼 산화경로가 위축된다. 이처럼 미토콘드리아 융합과 분열 균형이 깨져 재료나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암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내주는 이유
지난 2월 '네이처'에는 다소 섬뜩한 느낌이 드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암세포가 자신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무력화하기 위해 돌연변이로 제 기능을 못하는 자신의 미토콘드리아를 면역세포에 주입한다는 것이다.
한 유형의 세포가 지닌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유형의 세포로 건너가는 현상인 미토콘드리아 전이(mitochondria transfer)는 2006년 처음 관찰됐는데 놀랍게도 미토콘드리아가 없어져 무력해진 암세포가 정상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받아 세포호흡을 재개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는 내용이다.
암세포는 자신의 부실한 미토콘드리아는 내보내 주변 면역세포를 병들게 하고 이들의 정상 미토콘드리아는 받아들여 에너지를 만들어 증식하는 이기적인 존재다. 암을 정복하기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인 셈이다.

마침 지난주 '네이처'에 미토콘드리아 전이를 주제로 한 특집기사가 실렸는데 미토콘드리아 전이가 암세포의 생존 전략일뿐 아니라 다양한 세포에서 관찰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사이를 옮겨다니는 방법을 3가지가 있다. 먼저 두 세포를 잇는 나노튜브를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터널을 지나가는 자동차를 떠올리면 된다.
다음은 한 세포의 포면에서 떨어져 나간 운반체인 소포에 실려 건너편 세포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끝으로 미토콘드리아 혼자서 세포를 빠져나와 혈액 속을 떠돌다 다른 세포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런 현상은 미토콘드리아가 15억 년 전 사로잡힌 박테리아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하는 간접 증거라고 볼 수도 있다.
다양한 세포에서 여러 방식으로 미토콘드리아 전이가 일어나는 이유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현상을 이용하면 미토콘드리아 이상으로 인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뇌졸중을 앓은 생쥐의 손상된 뉴런이 주변 성상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받아 대사 과정이 재개되고 다시 가지를 뻗는 현상이 발견됐다. 아마 뇌졸중 환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과정의 메커니즘이 밝혀진다면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배경인 여러 질병의 치료법으로 '미토콘드리아 이식'이 널리 쓰이게 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 뇌의 미토콘드리아 지도 살펴보니
뇌는 인체 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정적일 때 에너지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비싼 조직'이다. 뇌의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서로 신호를 전달하며 이 과정에서 ATP를 끊임없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뇌는 여러 부위로 이뤄져 있고 활동성이 균일하지 않다.
따라서 에너지 소모 정도를 알려주는 미토콘드리아 호흡 수준을 지도로 만들면 뇌의 활동 패턴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아니라 신경퇴행성질환이나 신경정신질환을 대사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달 '네이처'에는 미토콘드리아 뇌 지도(MitoBrainMap)를 작성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연구자들은 동결된 사람 뇌 일부를 703개의 3x3x3㎜ 크기의 정육면체 단위(voxel)로 나눠 각각의 미토콘드리아 밀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났다. 뇌 진화에서 늦게 나타난 대뇌피질이 오래된 영역에 비해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았고 더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에 특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마틴 피카르 교수는 "에너지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미토콘드리아 뇌 지도는 뇌 건강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환경을 이해하는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토콘드리아 뇌 지도는 초기 버전으로 수년 내에 5만 개의 복셀을 분석해 완전한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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